느닷없이 걸려온 강력반 형사의 전화
Talking about/Soliloquy
2010. 3. 26. 15:50
오늘 오전에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XX경찰서 강력반 소속의 XXX라고 소개하며 시작되는 질문.
"혹시 지난해 귀금속 거래 하시지 않으셨나요?"
뜬금없이 귀금속이라니..
친구의 장난, 혹은 사기꾼의 스팸전화일거라 생각하고 성의 없이 대충 대답을 해 주었다.
"저는 귀금속 거래는 물론이고, 평생을 살면서 귀금속은 만져본 적도 없어요."
형사는 내가 장물을 거래했다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직 그 사람의 신분을 확신하지 못하는 나로써는 나의 개인정보를 쉽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고 확인 후 다시 연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경찰로 근무하고 계시는 삼촌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나에게 전화한 사람은 형사가 분명했으며 그 형사는 내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은 것이 지난해 목걸이와 팔찌, 귀걸이를 팔지 않았느냐고 한다.
또한 요즘 절도사건 집중 단속기간이라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그러고보니 생각이 났다.
여자친구가 어머님에게서 받은 목걸이와 팔찌, 몇년 전 여자친구가 선물한 커플귀걸이를 팔았던 것이...
귀금속 거래라고 하길래 보석류를 생각했는데 14k 목걸이나 팔찌등도 귀금속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래저래 확인을 한 후 형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정을 설명했고,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형사는 현재 조사중이니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일단 내쪽에서도 더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기에 해당 귀금속의 신고접수가 언제쯤 되었냐고 물었다.
지난해 5월경에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난 지난해 여름인지 가을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그 무렵에 판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은,
그때 내가 팔았던 것중 귀걸이는 내 여자친구가 직접 구매해서 우리 커플이 3년 이상 귀에 걸고 다니던 물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목걸이와 팔찌는 여자친구 어머님이 1년 이상 가지고 있다가 여자친구에게 준 것이고 그 전에는 수년간 여자친구의 막내이모가 소유하고 있던 것이다.
여자친구의 어머님도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해주기로 했다.
대강 입장정리가 된 후 형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말씀하신 물건중 귀걸이는 제 여자친구가 직접 사서 쓰다가 판 것인데 어떻게 그것도 장물이 되죠?"
여기에 돌아온 황당한 답변은 해당 물건중 목걸이만 장물로 신고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던지...
깊게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형사는 대체 수사를 어떻게 하는거야?'라는 의문만 커졌다.
형사는 오늘 안에 마무리 지을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상황을 유추해보니,
목걸이를 분실, 혹은 절도당한 사람이 동네 금은방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게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경찰은 해당 목걸이를 판 사람을 추적하다 보니 내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신고한 사람이 착각했을 수도 있고 당시 내가 팔았던 목걸이와 팔찌는 세트상품인데 왜 목걸이만 수사의 대상이 되었냐는 것이 황당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심하게는 분실한 사람의 허위신고가 아닐까 하는 억측까지 해봤다.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을 주기로 한 형사는 아직도 나에게는 연락이 없다.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형사와 통화했더니 "이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며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부실수사에 대한 비난도 많고 절도사건 집중단속기간이기에 열의를 가지고 일하는 형사에게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혐의를 부인한다.'따위의 언행은 신중하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